경쟁에 패하여 전시품으로 전락한 비운의 전투기들

예외 없이 모든 나라는 경쟁국보다 더 강력하고 획기적인 무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무기를 모두 도입할 수 없다 보니 후보작이 많을 때는 경쟁을 거쳐 승리한 것을 채택한다. 특히 군수 시장의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흔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치열한 과정에서 승리하지 못한 수많은 무기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도태되어 버린다. 성능이 선정작보다 뒤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종종 간발의 차이로 아깝게 탈락한 경우도 많다.


다음에 소개되는 무기들은 미 공군의 각종 전술기 사업 경쟁에서 패하여 정식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전투기들이다.



   기갑부대의 저승사자가 된 YA-9 : YA-10



냉전시절, 서유럽을 위협하는 엄청난 소련군 기갑부대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공격 수단이 요구되었다. 이에 미국은 다양한 무장을 갖추고, 저고도에서 장기간 체공이 가능하며, 어지간한 대공 화기 공격도 충분히 버텨낼 만큼 튼튼한 새로운 공격기의 소요를 제기했다. 그렇게 해서 1966년 수립된 프로젝트가 'A-X 프로젝트'였다.


1970년, 제안서가 각 방산 업체에 전달되면서 정식으로 개발이 시작되었고, 최종적으로 두 모델이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노스롭 그루먼''YA-9''페어차일드 리퍼블릭''YA-10'이었다. 이 둘의 경쟁에서 YA-10이 기본 무장으로 채택할 'GAU-8 기관포' 운용에서 안정성이 높고, 방판 능력도 더 좋아 승자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A-10 선더볼트'다.


A-10 선더볼트


반면 YA-9는 2기의 시제기를 끝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가 된 YF-23 : YF-23



1981년, 미 공군은 'ATF'로 명명된 차기 제공 전투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연히 현존하는 혹은 가까운 시일 내 등장이 예상되는 모든 경쟁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전투기가 개발 목표였다.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했고, 사업의 규모도 커서 수많은 업체들이 편을 나누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경쟁에 오른 후보 기종은 '록히드 마틴·제너럴 다이나믹스·보잉' 연합의 'YF-22''노스럽·맥도넬 더글러''YF-23'이었다.


이 둘의 경쟁에서는 'F-15'와 유사한 형태의 YF-22에 비해 스텔스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YF-23의 특징적인 기체 구조는 상당히 미래 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YF-23은 기동력, 무장 능력 그리고 가격에서 불리하다고 판정되어 결국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YF-22는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F-22 랩터'로 거듭나게 된 반면 YF-23은 박물관의 전시물로 그 생을 마감하였다.


F-22 랩터


만일 YF-22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F-22 랩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엄청난 전투기의 쓸쓸한 말로였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차세대 전투기가 된 X-32 : X-35



냉전이 종식되면서 엄청난 국방비를 사용하는 미군도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투기 같은 고성능 무기의 개발 및 생산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였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중반, 신예 다목적 전투기 도입 사업 'JSF'가 시작되었다.


미 공군, 해군, 해병대가 운용 중인 F-16, F/A-18, A-10, AV-8을 단일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계획이었는데, 노후 전투기 대체를 목전에 둔 여타 동맹국들의 참여를 처음부터 유도하여 개발비와 생산비를 낮추고자 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보잉이 주도한 'X-32'와 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의 'X-35'의 실증 실험기가 치열하게 채택 경쟁을 벌였다.


보잉은 X-32에 많은 신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실제 적용하는데 많은 애를 먹으며 개발이 지연되었다. 특히 AV-8을 대체할 예정인 B형은 수직 이착륙과 관계된 여러 애로를 해결하지 못하였다. 결국 경쟁 끝에 2001년 승자는 X-35가 되었고, X-32는 쓸쓸히 무기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갔다.


F-35 라이트닝


그렇게 탄생한 전투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의 우방국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F-35' 전투기다.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된 YF-16 : YF-17



미 공군의 'LWF' 사업은 성능에는 만족했지만 가격이 비싼 F-15로 모든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수 없었던 사정 때문에 시작되었다. 당시 경합을 벌인 이들은 '제너럴 다이나믹스' 'YF-16''노스롭''YF-17'이었다.


시제기의 성능은 막상막하라고 평가될 정도로 비슷하였으나 YF-16이 근소한 차이로 승자가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양산된 'F-16'은 이후 무기사의 한 면을 장식하는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F-16


탈락한 YF-17은 역시나 여타 사례의 패자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미 공군과 비슷한 이유로 보조 전투기 도입을 고려하던 미 해군에게 눈에 띄었다.



함재기 제작 경험이 많은 맥도넬 더글러스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해군용으로 부활한 이 전투기가 바로 'F/A-18'로, 승자였던 F-16 못지않게 항공 무기사에 커다란 한 장을 장식하였다.


F/A-18


경쟁에서 패한 전투기로는 보기 드문 극적인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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