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창과 방패의 경쟁
- 밀리터리
- 2018. 8. 22. 06:00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후 막이 오른 '핵 경쟁'은 자유진영과 공산권 쌍방이 단 몇 발로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원자탄의 공포를 야기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핵 무기는 양쪽이 서로 주고받기라도 했다간 공멸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러운 견제가 이루어졌고, 이 상황에서 '미사일 방어'는 핵의 균형을 깨고 전력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 만약 적의 공격을 100% 막아낼 수 있다면 상대방이 보유한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개념의 기원은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과 전략 핵무기 경쟁에 돌입한 미국이 제일 먼저 미사일 방어 개념에 눈을 떴으며, 구체적으로 이 개념이 궤도에 올라탄 것은 탄도탄요격미사일 '나이키 제우스 미사일'이 개발되면서부터다.
아직 이 시기의 방어 미사일은 ICBM 방어까지는 무리였지만, 물리적으로 미사일끼리 부딪혀 요격하는 방식의 미사일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통칭 '스타워즈'라 불린 '전략방위구상(SDI)'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에서 ICBM을 요격한다는 이 대담한 구상은 그럴듯한 발상 때문에 소련을 '우주 경쟁'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엄청난 군비 지출로 인해 소련 연방 붕괴를 야기했다.
물론 SDI 자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가능한 사업으로 결론났지만, 그 부산물로 스커드 미사일을 제한적이나마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탄생했다.
이후 본격적인 '미사일 방어'가 시작된 것은 1991년 걸프전이 계기였으며, 이 전쟁에서 처음 전개된 패트리어트는 이스라엘로 발사된 이라크 군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사실 음속이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다른 미사일로 마주 쏴서 격추시킨다는 개념은 흔히 "날아오는 총알을 총을 쏴서 맞추겠다."는 것으로 설명될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 오늘날에는 정밀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어느 정도까지 총알을 총알로 막는 것과 같은 이런 방어 기술이 현실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음속 이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요격 미사일은 방어 계층별로 구분되어 근접 방어, 저고도 방어, 중고도 방어, 고고도 방어의 요격 범위별로 나뉜다.
대표적인 고고도 방어용 미사일은 미 해군이 운용 중인 'SM-3'로, 통상 대기권 밖을 넘어 비행하는 미사일을 최대 고도 약 1500km에서 요격한다.
중고도 방어는 대기권 내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의 'THAAD'가 대표적이다.
*최대 고도 약 150km 범위까지 요격할수 있다.
저고도 방어 미사일은 최대 고도 약 30km 범위까지 커버하는 미사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 중국의 KS-1, 러시아의 S-400, 등이 포함된다.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M-SAM 또한 이에 포함된다.
근접 방어의 경우는 이스라엘군이 전개해 운용 중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대표적으로, 최소 4km 거리부터 약 70km 정도까지 접근한 물체를 요격한다.
이러한 미사일 방어는 전략, 전술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의의를 갖는다.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다. 초창기 '라파엘(Rafael)'사가 이 개념을 제안했을 당시, 군은 이런 방어 용도의 무기보다는 선제공격을 통한 원점 타격용 무기 개발에 투자하는 쪽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군과는 다른 관점과 입장을 가진 정치권의 영향으로 아이언 돔 개발이 추진됐으며, 실전에 배치된 후에는 전략, 전술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효과까지 얻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 하마스 공격 때였는데,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받았지만 아이언 돔이 약 85%의 요격률을 보이면서 민간인 피해가 억제되자 정치권은 반드시 보복 공격을 해야 할 압박이 없어져 정치적인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다.
당시 이스라엘은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렸지만 금방 분쟁 강도가 낮아지면서 긴장도 해소됐다.
*2014년 가자 여름 전쟁 때는 요격률 90% 이상을 기록했다.
물론 수만 달러에 달하는 요격 미사일로 수십 달러에 불과한 포탄이나 미사일을 일일이 요격하는 것은 단가 수지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의 포탄 한 발로 야기될 재산이나 인명 피해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휴전선부터 수도권까지 가장 짧은 직선거리는 40km에 불과하고, 휴전선에는 장사정포가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을 향하고 있으므로 필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이 '미사일 방어'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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