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후 한국에 굴러들어온 러시아의 보물
- 밀리터리
- 2018. 8. 20. 06:00
우리나라가 한때 항공모함 보유와 관련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4년이었다.
'영유통㈜'이란 국내 기업이 정부의 도움으로 구 소련의 퇴역 항모 2척을 구입했었는데, 태평양 함대에서 운용되던 '민스크호'와 '노보로시스크호'였다.
*민스크호
*'노보로시스크호'는 취역한지 11년 밖에 되지 않은 최신식 항모였다.
그중 민스크호는 구 소련이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해 1978년 2월 '니콜라예프 조선 공장'에서 탄생시킨, 러시아의 자존심이 담긴 키예프급 중형 항공모함으로서 태평양 함대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소련 해체 후 경제사정이 극도로 나빠진 러시아는 연간 1억 5천만 달러나 들어가는 유지비를 댈 수 없다는 이유로 1992년 이 항공모함을 러시아 해군에서 퇴역시킨 후 국제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민스크호는 33개 국가에서 군침을 흘렸으나 결국은 장착된 무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 1995년 한국의 한 기업에 팔렸고, 최신형 항모였음에도 계약가격은 각각 37억 원, 34억 원에 불과했다.
*러시아가 이 항모의 주요 무기와 전자장비 등을 제거하고 t당 170달러의 고철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기업은 항모들을 국내로 들여와 해체한 후 고철로 팔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에 인접 국가들은 항모의 용도가 따로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러시아산 항모를 개조해 해군력 증강을 꾀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일본이 강경했다. 방송에서는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하는 등 민관 합동으로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는 결국 웬만한 시설·장치들을 모두 떼어낸 채 '영유통'에 항모를 넘겨줬다. 미사일 발사대, 함포 같은 무기 장치는 물론이고, 교신이나 레이더 등 조금이라도 군사용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은 모두 폐기됐다. 배의 동력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예인선'으로 끌고 와야 할 지경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한 방송이 이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부당성을 알렸으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국내에 들어온 항모들은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고철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1998년 다시 중국 기업에 팔렸다.
*해체 후 경남 '고성'에 정박 중인 민스크호
이후 수리를 거쳐 중국의 '선전' 해안에 자리 잡은 민스크호는 2000년 9월부터 세계 항모, 군사 테마파크로 변신했으나 2005년 소유주인 '선전시 민스크 항공모함 유한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음으로써 경매에 부쳐져 다시 한번 주인이 바뀌었다.
새 주인은 주업종이 부동산 개발인 '중신 선전 그룹'이다. 낙찰가격은 '1억 2천830만위안(약 152억원)'으로 민스크호의 새 주인이 된 중신 선전 그룹은 민스크호를 인수한 후 추가로 투자를 해 '세계항모 군사 테마파크'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한 민간업체도 1998년 구 소련에서 완성하지 못한 항모를 수입했다. 해상호텔 카지노용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중국은 이 배를 '다롄항'으로 끌고 가 항모 개조 작업에 들어갔고, 13년이란 긴 세월 끝에 완성된 '바랴크함'은 지난 2011년 10일 첫 항해를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열 번째로 항모 보유국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중국과 한국은 비슷한 과정을 통해 항모를 구입했지만 이처럼 결과는 천양지차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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