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선물했다는 미국의 전략 폭격기

1980년대가 끝나갈 무렵, 미국의 신형 전략폭격기 'B-2 Spirit'가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적의 방공 감시망을 피해 목표지점까지 은밀히 다가갈 수 있는 '스텔스(Stealth)' 성능도 경이로웠지만, 눈에 보이는 비행기의 외형만 가지고도 상대의 기를 죽일 정도였다.


*B-2 전략폭격기



지금까지 보아왔던 비행체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전익기(Flying Wing)' 형상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모습을 빗대어 "저것은 지구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외계인이 선물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전익기 : 동체도, 수평꼬리날개도, 수직꼬리날개도 없이 항공기 자체가 마치 거대한 날개처럼 된 항공기


그런데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전익기는 사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그 역사가 의외로 오래된 형태의 비행체다.


흔히 저런 비행체를 보았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면 비록 실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혁신적인 구상을 많이 남겨 이후 호사가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나치의 비밀병기다. 그렇다면 나치도 저런 비행체를 연구 했을까?



아래 사진은 1942년 말 독일의 글라이더 제작사인 '호르텐'이 설계한 'Ho-7' 실험기다.


Ho-7 실험기


이를 바탕으로 제2차 대전 종전 직전에 아래 사진처럼 제트엔진을 장착한 'Ho-229'까지 제작하였으나 전쟁이 종결되고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Ho-229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모습인데 무려 65년 전에 전익기는 이미 실용화 직전까지 제작이 이루어진 것이다.


연과 같은 모습인 전익기는 체공에 상당히 적합한 구조지만 자세제어에 상당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컴퓨터와 같은 전자 제어기술이 부족하였던 당시에 완벽한 전익기의 완성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독일이 이러한 전익기 개발 유일국가는 결코 아니었다. 단지 선도국가들 중 하나였을 뿐이고, 개발과 적용에 있어 빛을 발 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아래 사진은 1929년 미국 '노스롭(Northrop)'의 실험기인 'X-216H'다.


X-216H


완전한 전익기로 볼 수 없는 실험기였는데, 우연이었는지 독일의 Ho와 거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독일이 패전하고 난후 노스롭은 전후에도 이 분야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계속 담당하였다.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노스롭은 실험용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XB-35'을 제작하여 비행에 성공하였는데 그때가 1946년 6월 25일이었다.


XB-35


비록 B-36이나 B-52같은 차세대 전략폭격기에 밀려서 제식화되지 않았지만 4톤의 폭장을 하고 무려 12,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했다. 일설에는 시대를 앞서는 너무 혁신적인 모습이 오히려 채택되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고 할 정도였다.


비록 군에서 거부당하였지만 XB-35는 이듬해 제트엔진을 장착한 실험기인 'YB-49'로 진화를 거듭하여 비행 실험까지 완료하였다.


YB-49


그런데 YB-49에서 B-2의 모습을 엿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최신 전략폭격기 B-2의 제작사인 '노스롭(현재의 노스롭그루먼)'은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전익기와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하여 왔기에 B-2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처럼 혁신적인 비행체가 외계인의 도움이 있어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동안 계속된 연구와 축적된 기술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도전으로 탄생한 것이다.



당연히 그러한 과정 중에는 무수한 실패와 난관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전익기는 어느덧 미래를 대표하는 비행체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다 보니 최근 정찰기의 대세가 되어버린 많은 무인정찰기들과 앞으로 도입이 예정된 무인전투기들이 전익기를 기반으로 제작되거나 개발 중에 있다.


현재 미국 노스롭그루먼이 개발 중인 B-2를 닮은 무인 폭격기


전익기의 미래 모습이 과연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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