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쓰레기 '삼양 라면' 봉지를 발견한 북한 장교의 선택

1983년 2월 25일, 한미 연합군은 한반도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군사적인 돌발 사태에 대비하여 '팀 스피릿 83 (Team Spirit 83)'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에 북한은 팀스피리트 훈련과 관련해 북침을 위한 공격 훈련이라는 이유로 매우 예민한 상태였고, 북한 전역에 준전시태세를 선포해 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려 퍼졌다.

"여기는 민방위본부입니다. 현 시간부로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공습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지금 북한의 전투기들이 인천 상공을 향하고 있습니다."



민방위 날도 아닌 오전에 급박한 목소리로 전해오는 경보음에 국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1983년 2월 25일 오전 10시 58분, 때아닌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5분가량 울려 퍼진 공습 사이렌과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전쟁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고, 동네 슈퍼에서는 라면, 우유, 밀가루 등의 사재기가 벌어졌다. 신문사, 방송국에는 '제트기 폭음이 들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이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잇따랐고, 기업체에서는 민방위 훈련 때의 경계태세를 취하기도 했다."

- 1983.2.26일자 서울신문 11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북한의 전투기(MiG-19)가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인천 상공을 향했다. 한국 공군의 F-5 전투기들이 최초로 미그기를 발견하고, 요격에 나서자, 미그기는 날개를 흔들어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F-5가 미그기를 유도해 수원비행장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MiG-19'에서 내린 사람은 29세의 북한 공군 이웅평 대위, 그가 모습을 나타내자 수원비행장에 대기하고 있던 국정원과, 안기부에 의해 연행되었고, 이틀 후인 1983년 2월 27일 이웅평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모두가 하나의 군사 조직화로 묶어져 있습니다. 또한 지금 북에는 약 10만에 달하는 특수부대를 조직하여 전쟁 개시와 함께 남조선 전역에 기습 침투시켜 외부로부터 증원세력이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종결하려고 획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자리를 빌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조선 국민들이 태평하게 지내며 전쟁의 위험은 생각지 않고 있을 때 북에서는 무장 게릴라 같은 무장 부대를 조직하여 남한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쟁 위험을 알리고자 저와 저의 가족의 안전을 희생하였습니다.


저는 북의 남침 야망을 저지, 북을 파탄 시키고 6천만 우리 겨레가 통일된 광장에서 기쁨을 즐기며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서 저의 몸과 마음을 다바쳐 싸우겠다는 것을 전 국민들 앞에서 굳게 맹세합니다. 끝으로 저는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기쁨과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자랑을 북녘 동포들에게 전하고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1983년 4월 14일 10시, 여의도 광장에서 이웅평 귀순 환영대회가 열렸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100만이 넘는 인파가 자리를 지키고 않아 있었다. 이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떨구던 이웅평 대위는 곧 대형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이웅평 대위의 귀순 동기가 동해안에 떠내려 온 삼양라면 봉지였다는 설이 있다. 어느 날 동해안에 떠밀려온 삼양라면 봉지를 줍게 됐는데 그곳에 적힌 글귀가 큰 충격을 줬다. '판매나 유통과정에서 변질, 훼손된 제품은 판매점이나 본사 대리점에서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였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국민을 생각하는 남한을 알게 됐고 그것이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 게 된 원인이었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이웅평이 타고 온 전투기를 높이 평가하여 10억의 보상금과 함께 대한민국 국군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그를 북한 공군에서->대한 공군으로 편입시킨다.



이후 공군 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어 주로 북한군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였고, 1996년 대한민국 공군 대령을 역임하다. 2002년 5월 4일, 이웅평은 간경화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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