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권 확장을 견제하는 미국의 거대한 체스판

냉전 붕괴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국방예산 지출은 20여 년 가까이 감소세를 보여 왔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오히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국가들이 여럿 등장하며, 치열한 군비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시아·태평양 일대 국가들의 군비증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군비증강의 목적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11개 관련 법안을 제·개정한 일본은 헌법상 교전권 행사가 불가능한 자위대를 군사 작전이 가능한 보통 군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개헌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일본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동반되면서 일본은 동중국해 일대에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착착 갖춰 나가고 있다.


한편 '남 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의 군비 경쟁이 한창이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은 1991년 미군 철수 이후 극도로 궁핍해진 재정 때문에 30년 가까이 방치했던 군사력 재정비에 나섰다. 우리나라로부터 FA-50 경전투기를 구매하는가 하면, 방공 미사일과 호위함 도입을 위한 사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필리핀이 도입한 FA-50


베트남 또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또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해양 영유권 및 배타적 경제수역을 놓고 대립 중인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등도 잇따라 신형 전투기와 초계함, 미사일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아시아·태평양 각국의 군사력 증강은 최근 중국의 급속한 군사적 팽창으로 인해 역내 국가들의 안보 불안 위기가 심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미군 역시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고, 역내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을 돕는 것은 물론 동맹·우방국들과의 군사적 파트너십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포위·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아태 지역의 군비 경쟁 도미노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일본-호주-동남아 세력만이 아니다.



인도양 일대에서 중국에 가장 골치 아픈 상대는 인도다. 인도는 인구 면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지 않는 대국이고, 무엇보다 핵무기와 중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나라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나라를 상대로 수차례 도발과 침략을 반복해 왔고, 이에 대한 인도의 인내심이 점차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인도는 2014년부터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에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인도의 조치는 중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투자 중단과 경제적 보복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도를 위협했다. 하지만 인도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겨냥한 동부 지역 육·해·공군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의 군사력 증강은 파키스탄을 겨냥한 측면에 많았는데, 최근 일련의 군비증강 및 군사력 배치 현황을 들여다보면 인도 군사력 창끝의 무게 중심은 파키스탄에서 중국을 향해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결국 3면이 포위된 중국의 입장에서 협조를 기대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등 서방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뿐이지만, 러시아도 중국 편은 아닌 듯하다.


러시아는 한반도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하여 중국과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고, 중국이 러시아 최대의 가스 구매 고객이라는 현재의 상황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 여기에 '인도'라는 변수가 끼어들면 러시아는 언제든지 중국을 버릴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인도가 중국과 대립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도에 온갖 최첨단 무기를 판매해 왔고, 심지어 중국이 대단히 불편해하는 전략무기들도 인도에 먼저 제안하고 있을 정도로 인도와 긴밀한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체스판



이처럼 동쪽과 남쪽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중국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고, 서쪽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향한 창끝을 날카롭게 갈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우방으로 믿었던 러시아는 중국보다 인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광활한 영토와 세계 1위의 인구를 바탕으로 미국과 더불어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넘보는 G2까지 성장했지만, 국경 또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주변의 모든 국가에 영토·영유권 시비를 걸어오면서 국제 공조를 중요시하는 시기에 중국 편에 설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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