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없는 국가들이 자국산 무기를 개발하는 방법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뭔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고 할 때 가장 빨리 개발을 성공시키는 방법은 유사한 경쟁 제품을 입수해 뜯어보고, 분석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무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첨단 무기를 도입한 뒤 뜯어보고 분석해서 단계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습득하면 빠른 시일 내에 자국산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70년대부터 'M-16A1' 소총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기를 도입해 운영하면서 기술을 축적한 결과 해외에 장갑차와 전차, 훈련기 등을 수출하는 방위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군 주력 제식소총 K-2

＊세계의 명품 무기로 각광받는 대한민국의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사거리 1,500km의 크루즈 미사일 현무-3C

반면 북한의 경우는 합법적으로 무기를 도입할 길이 막혀있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와 압박이 지속되면서 북한은 무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에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무기 완제품과 부품, 기술을 밀수하거나 절취하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북한의 본격적인 무기 밀반입은 1990년대 냉전 종식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동구권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가속화된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은 사회주의권 국가의 엔지니어, 연구원들은 달러만 주면 어떤 것이든 내다 팔 준비가 돼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한은 돈 가방을 싸들고 러시아를 비롯해 내전에 휩싸인 유고슬라비아와 신생 독립국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을 돌아다니며 기술자와 무기 완제품 밀반입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러시아로부터 3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잠수함을 고철로 도입해 역설계했다. 여기서 얻은 기술은 SLBM을 탑재한 신포급 잠수함 건조와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시스템 구축에 활용됐다.

＊신포급 잠수함

＊북한의 SLBM 시험 발사

또 1992년에는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의 원형으로 알려진 러시아제 R-27 SLBM을 설계한 마케에프 설계국 인력을 데려가려고 시도했었다. 이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미 관련 기술은 북한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러시아 핵과학자를 초빙해 핵 개발에 활용했고, 1998년에는 러시아에서 공격 헬기를 밀반입하려다 러시아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무수단 미사일

북한은 이 밖에도 내전으로 혼란에 빠졌던 유고슬라비아에서 잠수정 관련 기술을 절취했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했을 당시 버려졌던 러시아의 군수공장과 연구소 등에서 첨단 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이러한 무기 밀반입은 중앙아시아에서도 시도됐다. 소련 붕괴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정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군이 철수할 당시 방치한 무기의 밀거래가 성행했다. 밀거래에는 무기 상인은 물론 현역 군인들도 가담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3월, 카자흐스탄에서 전투기를 구입하려고 했던 사례다.

당시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국의 비정부 조직이 북한에 미그-21/29 등의 전투기 40대를 대당 23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몇 대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분 해체돼 북한으로 반입됐다."고 발표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북한에 넘어간 전투기를 돌려받지는 못했다.

＊미그 21

＊미그 29

이후에도 북한의 밀반입 시도는 계속됐고, 이러한 밀반입으로 인해 북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탄도미사일이다.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등 북한 전략군의 핵심 미사일은 모두 밀반입의 영향을 받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무기 완제품과 관련 기술을 밀반입할 수 있었던 것은 "돈만 주면 누구에게든 무기와 기술을 팔 수 있다."는 일부 중국 기업과 러시아 마피아, 무기 상인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규범이나 자국의 법령도 무시하는 이들에게 남북 무력 대치는 좋은 돈벌이일 뿐이고, 북한 역시 이들을 상대로 달러나 금괴를 주면서 무기와 관련 기술을 반입하는데 혈안이 돼있었다. 이렇게 유입된 기술들 중 일부는 탄도미사일 등 우리에게 매우 위협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