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서로 비슷한 형태를 갖춘 이유

무기는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쉽게 사거나 노하우를 얻을 수 없는 특수한 상품이다.


적대국 관계면 애로 사항이 더 많다. 대등한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전력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 무단 복제를 하게 된다. 그것도 전쟁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무기라면 더하다.



하지만 무기는 단지 겉만 그럴듯하게 흉내만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밑에 숨어 있는 기술이 더욱 중요한데 이는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 F-22 랩터


그래서 직접 무기를 노획해 분석해 보거나 간첩 활동을 벌여 기술을 습득하는 차선책을 사용한다. 일반 상품이라면 제소도 가능한 불법적인 행위지만 무기의 경우는 이런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막거나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확보하려 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만 있을 뿐이다.


무기의 세계에서 이런 보이지 않는 경쟁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소련의 Tu-4 폭격기다.


소련의 TU-4 폭격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B-29 폭격기를 앞세워 일본을 초토화했다. 이를 지켜본 소련에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B-29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소련은 미국에 기술 공여를 요청했지만, 종전 후 소련과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의 B-29 폭격기


그런데 소련은 불과 종전 2년이 지난 1947년에 B-29를 그대로 복제한 소련 최초의 전략폭격기 Tu-4를 등장시켰다. 단지 겉모양만 같은 것이 아니라 완전 역설계를 통해서 모든 부분을 완벽할 만큼 그대로 재현했다.



너무 심하게 베끼는 바람에 미국에서 B-29를 생산하는 도중 실수로 생긴 흠집까지 그대로 재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이런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1944년 일본 본토 폭격에 나선 B-29 폭격기들 중 사고로 인해 가까운 소련의 연해주로 날아가 비상 착륙한 폭격기가 있었는데 이를 나포한 것이었다.


압류한 B-29를 조사한 소련 기술진은 기존 소련의 폭격기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B-29는 지금도 사용 중인 B-52의 개발에 영향을 줬을 만큼 기술 수준이 높은 걸작이다.


B-52 폭격기


그래서 소련은 참고만 하기로 한 계획을 바꿔 B-29를 그대로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자존심은 다음 문제였다. 덕분에 소련은 냉전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핵폭탄 운반 수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소련은 이렇게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도 활약 중인 Tu-95를 개발했다. 그래서 양국의 대표적 전략폭격기인 B-52와 Tu-95는 흔히 이복형제로 불렸다.


*B-52 & TU-95


이처럼 기술 개발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소련은 TU-4의 기술력을 통해 TU-95라는 자국산 괴물 폭격기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공산품을 짝퉁이라고 폄하만 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베껴서 습득한 기술이 짝퉁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씨앗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