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도 허락지 않는 악마의 무기

화학 무기는 수천 년 전부터 사용되어온 무기다.

1차 세계대전 중 독가스의 일종인 '포스겐'이 사용된 이후로 화학 무기의 사용이 본격화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협약으로 제약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전장 위에서 불법적인 사용이 자행되고 있다.


*1915년 4월, 1차세계대전 이프르 전투에서 독일의 염소가스 공격, 현대 화학전의 아버지 프리츠 하버의 감독하에 실시되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벨기에 '이프르' 전투 때 약 170톤에 달하는 염소 가스를 투입해 1,100명의 연합군 병사가 사망하고 7,000명이 중독되었다. 이에 영국군이 염소 가스를 독일군에게 마주 사용하면서 전쟁은 쌍방 간의 화학전 양상으로 비화됐다.



이렇게 1차 세계대전 말까지 양측은 12만 4,000톤에 달하는 화학 무기를 상호 간에 살포했고, 공식 기록으로는 130만 명이 화학 무기에 의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1차 대전으로 화학 무기의 효과가 검증된 지 불과 20년 뒤인 2차 세계대전 때도 다시 화학 무기가 등장했다. 특히 일본군은 중국에 최루가스와 머스터드 가스 등을 사용했고, 그중 1943년 '창더 전투' 때는 국민혁명군의 방어가 예상외로 굳건하자 대량의 화학 무기를 살포했다. 일본은 동남아 등지로 진출하면서도 빈번하게 화학 무기를 썼지만 보복을 우려해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는 각종 협약 등으로 화학 무기 사용이 전반적으로 자제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화학 무기는 전쟁터 위에 등장한다. 베트남 전쟁 때는 열대 우림의 수목을 제거할 목적으로 뿌린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가 인명 피해를 야기했고,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 군이 화학 무기를(머스터드 가스) 사용해 이란군 병사 10만 명 이상이 살상 당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이 진행되면서 알‧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 무기를 반군에게 사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화학 무기의 정의는 화학 작용을 통해 죽음, 부상, 일시적 무력화,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염소, 포스겐, 디포스겐, 클로로피크린, 황 겨자, 질소 겨자, 포스겐 옥심, 루이사이트, 시안화수소, 염화시안, 아르신, 타분, 사린, 소만, 시클로사린, VX가 포함된다.



이중 가장 살상력이 높은 것은 지난번 김정남 암살사건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VX다. 신경성 작용제로 알려진 이 물질은 냄새나 맛이 없으며, 옅은 갈색을 띠기 때문에 차량 윤활유로 오인하기 쉽다.



50년대 영국에서 개발된 VX는 기화 속도가 느려 수일간 지속성을 가지며, 접촉 후 불과 수 초 안에 작용해 질식 및 심장마비를 유도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된 화학 무기는 머스터드 가스다.

이름 자체는 특유의 부패한 겨자 혹은 마늘 냄새에서 유래했으며, 노르스름한 갈색을 띤 수포 작용제로 분류된다. 접촉 시 피부가 빨갛게 변한 후 고통을 수반한 대량의 수포가 피부 및 호흡기 내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으며 눈, 호흡기관, 피부가 자극되다가 신체 세포를 손상시킨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의 사례에서 보듯 치명성은 5%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전쟁에서 자주 사용된 이유는 생산이 쉽고 지속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현재 화학 무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화학 무기 금지협정(CWC)'은 화학 무기와 재료의 개발, 생산, 저장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인 '화학 무기 금지기구(OPCW)'가 관리 및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총 165개국이 서명하고 65개국이 비준한 이 협정은 1997년 4월부로 발효되었으며, 사실상 북한, 이집트, 남 수단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가입했다.


OPCW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화학 생산 시설을 감시하고 사찰 업무를 실시하며, 화학 무기 제조 혹은 사용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하는 방법으로 화학 무기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OPCW는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확인된 화학 무기 재고의 93%를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화학 무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무기임은 맞으나, 그 잔학성과 비인간성은 20세기에 들어선 뒤부터 검증됐다.



엄청난 희생 끝에 각국은 전쟁터에서 화학 무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자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냉전 시기만 해도 전 세계 각국이 암암리에 비축해왔고, 아직도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들이 존재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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