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 타도를 위해 결성된 축구판 실미도 부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때 3-4위전에서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을 2대 0으로 꺾었던 것은 우리에게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일지 모르지만, 정작 세계 축구계에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던 경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영국을 한국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둔 8강전이었다.


비록 출전 선수의 연령 제한처럼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축구)의 경기력을 월드컵에 비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은 월드컵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국가대항전이고 월드컵의 태동을 촉진시킨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이 홈팀의 이점에다가 축구의 발상지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영국을 이겼다는 사실이 세계 축구팬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던 것이다.


그러했던 이곳에서 지난 1966년에는 제8회 월드컵이 열렸고, 잉글랜드는 홈팀의 이점을 내세워 우승까지 차지하였다.



하지만 당시 대회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닌 팀은 정작 따로 있었는데, 바로 북한팀이었다.


처음에는 북한팀을 세계대회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아시아를 대표해서 참석한 팀 정도로만 인식하여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조별 예선에서 2회 우승을 달성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이기며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로는 사상 최초로 8강에 오르는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기적을 연출했다.



비록 4강전에서는 3대 5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포르투갈을 3대 0까지 몰아붙여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놀라움과 달리 당시 아시아에서 북한은 가히 천하무적이었다. 우리나라는 패배하였을 때 불어닥칠 후폭풍이 두려워 일부러 잉글랜드 월드컵 예선 참가를 신청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당시는 종목을 불문하고 남북 대결에서 패한다는 것이 치욕으로 받아들여졌던 시기였기에 승리가 어렵다면 불참하여 대결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북한이 본선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자 맞대결 못지않게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왔고, 이에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직접 축구팀을 운영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최고 실세였던 중앙 정보부장 김형욱의 주도로 1967년 탄생한 '양지'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장 오래 집권한(6년 4개월) 4대 중앙 정보부장 김형욱


최고의 선수를 차출하여 구성된 양지팀은 서울 동대문에 있는 중앙정보부 합숙소와 고위 간부 전용 식당을 이용했을 만큼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당시로는 보기 드문 105일간 유럽 전지훈련까지 실시했다.



당연히 국내에서 상대가 없는 최고의 팀이었지만 북한팀과의 맞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1970년에 김형욱 부장이 실각하면서 양지팀은 흐지부지 해체됐다.



이처럼 월드컵은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한반도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에게서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영국도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진지하게 월드컵 불참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제도를 놓고 아르헨티나와 한창 전쟁을 벌이던 영국은 그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12회 월드컵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당시 영국은 월드컵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고, 전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는 자동 출전국이었다.


문제는 당시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영국의 팀은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영국 소속의 팀들과 아르헨티나의 맞대결이라도 벌어져 나쁜 결과가 나오게 될 경우 국민들은 물론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영국 당국은 우려하였다.


결국 논란 속에 출전은 강행됐지만 전쟁은 개막 하루 뒤인 6월 14일에 영국의 승리로 종결됐고, 양측 모두 4강에 실패하면서 다행히도(?)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클랜드 전쟁 승전 후 개선하는 영국군



이처럼 경기의 승패가 체제 유지나 혹은 전쟁의 승패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되어 대회에 불참하거나 포기를 검토하여야 할 만큼 축구의 위상은 크다. 그만큼 축구가 지닌 마력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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