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문자 들어가는 한국 최초의 국산 자동차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토종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1975년 내놓은 '포니'라는 해치백 스타일의 모델이다. '꽁지 빠진 닭' 모양의 이 차는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면서 자동차 사상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포니 자동차



자동차 본고장에 진출은 했지만 그 괄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싸구려 신세였고, 미국 소비자들은 '가장 형편없는 차(worst car)'를 지칭할 때면 언제나 '포니'를 앞세우곤 했다.


포니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1975년부터 1985년까지 생산한 후륜구동의 승용차로, 우리나라 최초의 양산형 고유 모델 자동차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 최초의 국산 자동차라고 하면 포니를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국산차는 포니가 아니다. 한국인이 만든 최초의 자동차는 바로 '시발 자동차'이다.


*始(비로소 시)와 發(쏠 발)이라는 한자를 사용해 맨 첫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 있던 1955년 8월 최무성, 혜성, 순성 3형제의 국제 차량 주식회사가 개발했는데, 자동차라고는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심하기까지 했다.



시발 자동차는 배기량 2195cc, 최고 시속 80km인 지프형 6인승으로 주요 부품들은 미군이 폐기처분한 군용 지프의 것을 불하 받았고, 철판은 망치로 드럼통을 두들겨 펴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엔진 부품은 한국 기술자가 공작기계로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국산차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시발 자동차에 갖는 자긍심은 선전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넓은 아세아에 있어서 자동차를 제작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넣어 2개국뿐이오니 이 차를 사용함으로써 반만년 문화민의 자부심을 가집시다."


*시발 자동차


이 자동차는 한때 우리나라 상류층 사이에서 구입을 위한 '계모임'까지 만들 정도로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영업용 택시로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시발 자동차'보다는 '시발 택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시발 자동차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 한국'GM'의 전신인 '새나라 자동차 공업주식회사'가 닛산에서 수입한 부품을 이용해 '새나라'라는 자동차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자동차 외형이 곡선인 형태가 유행이었는데, 시발 자동차는 드럼통을 펴서 만들었기 때문에 디자인이 직각 형태로 다소 투박한 편이었다. 반면 새나라 자동차는 당시 유행이었던 유선형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도도 높았기에 시발 자동차를 누르고 국민 자동차가 되었다.


*새나라 자동차


이에 시발 택시를 운영하던 회사들도 발 빠르게 새나라 택시로 갈아타며, 시발 자동차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이제는 이름도 생소한 박물관 속의 자동차. 시발...



시발 자동차가 등장한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5대 자동차 산업 강국으로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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