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도발을 억제하는 우리 해군의 전략적 거점

지정학적으로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지만 국토가 분단되어 '섬나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해상 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를 보호할 해군력의 중요성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사실 우리 해군은 창군 이후 오랫동안 대간첩 작전을 위주로 한 연안해군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국력의 성장과 더불어 대양해군으로의 변화를 시도하여 이제는 이지스함을 비롯한 최신예 장비로 무장하고, '청해 부대'처럼 해군을 주축으로 해외 파병이 이루어질 만큼 변모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좋지 않다.


*청해 부대


우리 주변에 인접한 러시아, 일본, 중국의 해군력들은 모두 세계 5위 안에 드는 것으로 평가될 만큼 막강하다. 그런데 우리 해군이 당장 가시적인 경쟁을 벌일 대상이 바로 이들이라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당장 이들과 동등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군사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북한이 가시적인 적국이어서 국방의 제1 목표가 이들의 도발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우리군은 화력덕후라 불릴만큼 포병전력에 집중되있다.


하지만 더불어서 지역의 역학 관계도 염두하여 국방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주변과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만큼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지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국 해군력과 같은 수준으로 당장 하드웨어를 구축하기 힘들다면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해군력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주변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하였지만 관할 해역이 워낙 넓어 한 곳으로 전력을 집중하기 힘든 반면 우리는 거점만 선점하고 있다면 유사시 해군력을 신속히 집중시킬 수 있다.



특히 제주도 남방은 유사시에 한반도의 어느 곳으로도 쉽게 진출할 수 있고, 더불어 외부와 우리나라가 교류하는 대부분의 통로를 관측하기 편리한 위치다. 이것은 주변국에 비해 비록 우리 해군력이 양적으로 부족하지만 제주도는 그 지리적 이점으로 이러한 약점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는 목지점이라는 뜻이다.


제주 해군 기지


지난 100년 전 러일전쟁 당시의 '쓰시마 전투'는 전략적 거점을 얼마나 미리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대표적인 사례다.


1904년, 제물포해전에서 러시아가 최강의 발트함대를 극동으로 출동시켰을 때 일본의 승리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극동을 향해 출항하는 발트함대


그러나 발트함대는 지구를 한 바퀴나 돌아 먼 거리를 원정해야 했고, 제주도 남방에서 극동으로 향하는 대한 해협을 반드시 지나야 했다. 일본은 겉으로 드러난 전력이 열세였지만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노려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급습하여 세계가 놀랄만한 대승을 이끌어냈다. 하드웨어의 열세를 지리적 이점으로 극복한 것이었다.


쓰시마 전투는 결코 먼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바로 제주도의 해군 기지는 그러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라는 점이다.



물론 북한 경계를 위한 연안 작전 능력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통로를 지키기 위한 대양해군의 발진기지 또한 요구되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구축함



100년 전 우리를 강탈하기 위해 바로 앞바다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처절히 싸움을 벌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구한말과 지금의 대한민국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당시와 지금의 국제적 역학 구도는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가 전략적 거점을 미리 선점하고 관리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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