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아니었지만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한 전차

어느 나라 군대든 최고의 무기를 보유하려고 하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무기는 워낙 고가인데다가 사용 목적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다고 여타 공산품처럼 생산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기도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무기라면 나름대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볼수있다.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의 4호, 미국의 M4, 소련의 T-34 전차 같은 경우는 생산 및 소비량이 많았던 대표적 전차이다.


*독일의 4호 전차


미국의 M4셔먼 전차


소련의 T-34 전차


그렇다고 해서 전쟁터에서 끝까지 활약했던 이들 전차들이 역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정작 전차 세계의 베스트셀러는 따로 있다. 제2차 대전 직후 소련과 공산권의 주력 전차를 담당한 'T-55 전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T-55 전차


T-55는 전 세계에서 약 10만대가 만들어져서 사용되었다. 제2차 대전 당시 소련의 물량전을 상징한 'T-34'가 85,000여대 정도 생산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냉전과 동시에 탄생한 T-55는 1세대 전차이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 폐기된 상황이지만 아직도 각국에서 3만대 이상이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T-55가 이런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등장 당시 최고의 성능을 보유했었기 때문이다.



T-34를 대체하기 위해 제2차 대전 말기 개발에 착수하여 탄생한 차기 중형 전차가 T-54다. 'D-10 100mm'포를 탑재하여 화력을 대폭 증강하였음에도 차체 및 포탑의 크기를 최대한 저상으로 설계하여 방어력을 높였고 작아진 크기만큼 무게를 감소하여 기동력을 높였다. 적어도 T-54는 드러난 스펙으로 당대 최고였다.


이에 만족한 소련 당국은 즉시 양산에 착수했고, 1958년에 이르러 T-55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래서 T-54/55 전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대개 둘을 통칭하여 T-55전차라고 한다.



T-55는 1970년대까지 꾸준히 생산이 이루어져 소련군 및 친소 국가에 대량 공급되었다. 또한 중국 및 동유럽 국가 등에서 카피 생산되었고 이들이 전체 T-55 생산량의 절반 정도라고 추정될 정도다.


북한도 T-55가 양적으로 전차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세대 전차가 주력으로 사용된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세력이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역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T-55 전차가 최고의 성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알려진 내용만으로 T-55는 제1세대 전차 중에서 최고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정작 실전에서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6일 전쟁에서 전 세대인 M4에게도 밀렸다.



아랍 국가들에 제공된 T-55가 다운그레이드 형이고 훈련도 부족하여 그런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후에도 동급의 서방 전차들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명성과 생산량에 비한다면 생각보다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결국 많이 팔렸다고 반드시 최고의 품질은 아니라는 묵언을 T-55는 입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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