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항공모함을 운용한 나라는 어디일까?
- 밀리터리
- 2018. 8. 10. 06:00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항공모함은 제2차 대전을 기점으로 전함을 밀어내고, 새로운 바다의 왕좌가 되었다.
그런데 상당히 의외지만 최초의 항공모함을 운용한 나라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중구난방으로 나뉘는 편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느 선까지를 항공모함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문제와 관련이 된다. 즉 항공모함의 정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미국의 슈퍼 캐리어만을 항공모함으로 인식하지만 한때 태국이 운용했던 '차크리 나루에벳'처럼 경량의 항공모함도 존재한다.
*태국의 차크리 나루에벳
반면 미 해군의 상륙 강습함은 어지간한 나라의 항공모함보다 크고 AV-8, V-22를 운용하지만 명목상 항공모함이 아니다. 이처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항공모함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 상륙함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그렇다면 최초의 항공모함의 역사를 처음 개척한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의 버밍햄(CL-2 Birmingham)
단지 비행기를 날린 것으로만 따진다면 1910년 갑판 위에 나무로 만든 임시 활주로를 설치하여 복엽기를 이함 시킨 미 해군 순양함 '버밍햄'이 최초의 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실험적으로 이함만 시켰지 군사용 함재기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포드르(Foudre)
1911년 순양함을 개조하여 탄생한 최초의 '수상기모함'인 프랑스 해군의 '포드르'를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수상기 모함 : 항공모함과 같은 넓은 비행갑판 대신에 비행기를 발진시키기 위한 캐터펄트(catapult)를 장비하고 있다.
작전 후 회수는 함 인근에 착수한 후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형태지만 배에서 함재기를 유지 보수하고 갑판에서 직접 이함 시켜 작전을 펼치는 프로세스만 보자면 충분히 후보가 될 수 있다.
영국의 퓨리어스(Furious 47)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항모에 선적된 함재기의 성능이 너무 미약하여 '거함 거포'주의식 군함들이 바다의 주인공으로 활약했었다.
그러나 해군 소장파 중에는 함재기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한창 건조 중이던 영국 해군의 경순양함 '퓨리어스'의 선수가 'Short Type 184'형 수상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이 이루어져 1915년 취역했다.
*'Short Type 184'형 수상기
그러나 실험 운항에서 순양함&항모의 형태가 이도 저도 아닌 실패작으로 판명되면서 결국 선미의 포탑과 시설을 제거하고 갑판 전체를 평평히 만드는 개장 공사에 들어가 1918년 재취역하였다. 연돌과 함교가 갑판 중간에 위치하여 완벽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비행갑판의 형태나 함재기의 운용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퓨리어스를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보기도 한다.
제1차 대전이 격화되면서 급하게 개조되었지만 정작 퓨리어스가 바다로 나섰을 때는 전쟁이 끝난 후였다. 이후 만재 배수량이 23,000톤에 길이가 239미터인 거함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영국은 1922년 연돌과 함교를 제거하고 상부를 전면 평갑판으로 개조하여 항공모함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재탄생한 퓨리어스는 제2차 대전에서 맹활약했다.
영국의 아거스(Argus I49)
반면 비슷한 시기, 역시 영국 해군이 만들었던 '아거스'를 최초의 항공모함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1914년 계획 당시에 아거스는 '수상기모함'으로 예정되었지만 1916년 평갑판을 갖춘 항공모함으로 제작이 이루어져 1918년 취역했다.
일본의 호쇼(鳳翔)
지금까지 소개한 후보들인 버밍햄, 포드로, 퓨리어스, 아거스는 물론 미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랭리(Langly)도 기존 선체를 개조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초창기 항공모함들을 운용하면서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자 처음부터 목적에 맞게 설계되고 건조된 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항공모함으로 설계되고 건조된 최초의 함이 일본의 '호쇼'다.
*일본의 호쇼
영국의 '허미스(Hermes I95)'보다 건조가 늦었지만 1922년에 먼저 실전 배치됨으로써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영국의 허미스
이처럼 탄생한지 100년 정도 밖에 안 된 항모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지난 100여 년 간 시행착오와 실전 경험을 거치며 현재에는 오직 미국만이 항모 전력을 전략 무기로 운용 가능한 유일한 나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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