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한국군의 제식 소총 'K-2 소총'의 탄생 비화
- 밀리터리
- 2018. 8. 6. 07:00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국군의 병력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1960년대에 상비군 병력으로만 따진다면 세계 4위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셀 수 있는 병력의 규모만 어마어마하게 컸을 뿐이지 갖추고 있는 무장 수준은 상당히 열악했다. 한마디로 질적 열세를 양으로 때우는 모양새였는데, 당시 대한민국은 하루하루 호구지책을 강구할 만큼 가난한 나라여서 어쩌면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조를 받아 거대한 군대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었고, 1964년 베트남 전쟁 참전 대가로 겨우 군 현대화 사업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 또한 극히 제한적이었다.
*1967년 4월에 M16A1을 지원받게 되면서 제대로 된 자동소총을 겨우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에 들어서자 주한 미군 철수가 공공연히 거론되었고, 더 이상 대외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와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드디어 우리나라는 무기 국산화에 착수했다. 기술적 여건도 부족하고 역사도 짧았지만 우리의 안보환경이나 군대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차나 전투기 같은 고성능 중장비를 만들기는 불가능했기에 병사들의 최소한 무장인 소총의 국산화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운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한 국군의 제식 소총이 바로 'K-2 자동소총'이다.
당시 정부는 국군 전체를 자동소총으로 시급히 무장시키기로 결정하고, 1972년부터 XB로 명명된 소총 사업에 착수했다. 소요 물량을 고려한다면 자체 개발도 충분히 타당했지만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결국 정부는 신뢰성을 인정받은 미국의 'M16A1'의 라이선스 생산에 나서면서 이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이로써 1974년 3월 2일부터 대우정밀에서 M16A1을 라이선스 생산하여 1985년까지 총 60만 정을 제작했고, 라이선스 생산을 통하여 자동소총에 대한 기술력을 서서히 확보한 결과 1977년에 이르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XB-1부터 XB-6로 명명된 여섯 가지 실험용 소총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M16A1 라이선스 생산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 K2 소총 개발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1984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군에 K2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K-2 소총 개량형 K2C1
그런데 이런 개발과정과 일부 부품의 모양새 등으로 말미암아 M16의 특허권자인 미국의 '콜트' 사가 무단 도용을 주장하며 소송까지 벌였다. 이는 콜트 사가 K2의 성능과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위협을 느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콜트 사는 패소하고 오히려 제약이 사라진 K2는 해외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페루에서 사용 중인 K-2 소총
K2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저렴한 가격과 냉전시대 동서의 대표적인 돌격 소총인 'AK-47'과 'M-16'의 장점을 골고루 수용했다는 점이다.
오염물질로부터 안정성이 뛰어난 '롱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은 AK-47에서 따온 것인데, 총열처럼 외견상 AK-47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다. 반면 회전 노리쇠 방식과 발사 모드 제어 방식은 M16과 상당히 유사하다.
*AK47
*M16A1
특히 AK-47이나 M-16에는 없지만 K2에 장착한 가스 조절기는 열대지방 못지않은 혹서와 극지와 맞먹는 혹한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한반도 기후 환경을 고려한 장치다.
사격 시 발생하는 가스량은 발사속도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외부 온도에 따라 가스량도 차이가 난다. 가스 조절기는 이를 계절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한국의 지형과 기후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소총이라는 뜻이다.
또 발사속도나 사거리 등은 동급의 세계 유수의 소총들과 견주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거기에다 탄창을 제거했을 때 3.26킬로그램의 무게와 개머리판을 접었을 때 730밀리미터의 길이는 소총 중에서도 가볍고 짧은 편에 속한다.
이제는 한국인의 체격도 서구인 못지않게 커져서 "M1 개런드 소총을 끌고 다녔다."는 예전의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통용되지는 않지만 무기는 원래 작고 가벼울수록 좋다는 것이 진리다.
*M1 개런드 소총
1970년대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하여 개발한 소총답게 K2는 간편하고 휴대하기 좋다. 하지만 K2의 진정한 의의는 가장 어렵고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던 시절에 단지 자주국방의 일념으로 착수하여 개발에 성공한 최초의 국산 자동 소총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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