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를 맞이한 태국의 특이한 전투기 구입법
- 밀리터리
- 2018. 8. 5. 07:00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면서 군비 증강 열풍이 불고 있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접한 국가들이 전투기와 호위함, 잠수함 등을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경제가 어렵던 태국은 이러한 무기 대량 구매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 때문에 군사력 현대화는 절실했고, 우선 노후화된 F-5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신형 전투기 도입에 착수했다.
태국은 미국의 <F-16>, 러시아의 <Su-30MK>와 <MIG-29>, 프랑스의 <Rafale> 등을 후보 기종으로 놓고 신형 전투기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다.
*미국 F-16
*프랑스 Rafale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태국은 대당 1억 달러에 가까운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할 여력이 없었지만, 당장 전투기는 급했기 때문에 지난 2004년부터 '닭 물물교환'을 통해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계 4위의 닭 수출국인 태국은 2004년 여름 아시아를 덮친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 수출길이 막히자 "닭을 시장에 팔 수 없다면 물물교환이라도 해서 시장에 진입해야지 언제까지고 닭을 태국에 썩혀둘 수 없다"는 탁신 총리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물물교환 방식으로 무기 도입을 추진했다. 태국이 가장 먼저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태국정부는 <Su-30MK> 전투기와 <MIG-29>를 저울질 하다가 인접국인 미얀마와 말레이시아가 MIG-29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MIG-29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Su-30MK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러시아 Su-30MK
*러시아 MIG-29
곧 태국은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을 통해 "닭 25만 톤을 Su-30MK 전투기 6대와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미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닭을 수입하고 있었고,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태국에서 닭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에 매달렸다. 2005년 미국 정부에 냉동 닭 8만 톤을 제공하는 대신 F-16 전투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006년 봄에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군사정권에 대한 무기 수출을 거부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러시아와 미국에 퇴짜를 맞은 태국은 프랑스에 '닭 = 전투기'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했으나 애초에 유럽 최대의 닭 생산국 가운데 하나였던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태국이 마지막으로 눈을 돌린 곳은 스웨덴이었다.
2006년부터 본격화된 협상에서 태국은 냉동 닭고기와 고무, 쌀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조건으로 <JAS-39C/D> 전투기 6대와 <Saab 340> 조기경보 통제기 1대, 각종 미사일 등을 받아오는데 합의했고, 2008년과 2010년에 비슷한 조건으로 총 12대의 전투기를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JAS-39C/D
*Saab 340
냉동 닭 1마리에 평균 1kg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약 8,000만 마리의 닭이 희생되어 6대의 전투기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 전투기는 체급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FA-50>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성능은 최신형 F-16에 버금가는 강력한 수준을 자랑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태국의 공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태국 공군 역시 이 전투기의 성능에 크게 만족하고, 2013년에 또 한번 치킨을 희생시켜 <JAS-39C/D> 전투기 6대를 추가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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