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사용한다는 미국의 고물 폭격기
- 밀리터리
- 2018. 8. 1. 06:00
종류를 막론하고 무기체계의 한 세대는 약 30년 정도로 잡는다. 소총부터 전차는 물론 전투기와 군함도 30년을 기준으로 해서 퇴역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무기의 수명이 30년을 넘긴다면?
전차나 장갑차는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더 쓰거나 굴러가지 않으면 고정식 포탑으로라도 사용할 수 있고, 군함도 최소한 가라앉지는 않는다. 하지만 항공기는 다르다. 낡은 항공기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하늘을 나는 관(Flying casket)'이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항공기 수명 30년이라는 것은 연간 비행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그것을 지켰을 때 수명이 30년이라는 이야기지만, 미국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상황 때문에 항공기들이 혹사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입 25~30년이 경과한 항공기들은 종류를 막론하고 현역에서 도태시켜 매각하거나 '항공기의 공동묘지'로 불리는 'AMARC'에 장기 보관 처리를 하고 새로운 항공기로 대체된다.
*이곳에서 어떤 비행기들은 운명을 다하기도 하고, 어떤 비행기들은 다시 정비되고, 수리되어 실전에 사용되기도 한다. 운명을 다한 비행기들은 영화 촬영이나 다양한 실험에 사용된다.
현재 AMARC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당당한 1선급 전투기로 활약하고 있는 F-15/16/18 계열 전투기들이 500여 대 이상 보관 중이다.
*AMARC에 보관 중인 F-15
그런데 여기에 100여 대나 보관 중인 'B-52H 폭격기'는 비슷한 숫자가 현재 미 공군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AMARC에 보관 중인 B-52H 폭격기
1952년부터 생산되어 1955년부터 실전 배치된 이 폭격기는 '3대가 모는 폭격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이 폭격기 조종사로 근무하는 집안이 있다.
지난 2014년, B-52H 조종사가 된 미 공군 '데이비드 웰시' 대위의 아버지 '돈 웰시' 예비역 대령은 베트남전에서 B-52 폭격기를 몰았던 참전용사였고, 할아버지인 '돈 스프레이그' 예비역 대령 역시 냉전 시기 B-52 폭격기를 이용한 핵 공격 임무를 수행했던 파일럿이었다. 문자 그대로 집안 대대로 조종하는 유서 깊은 폭격기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미 공군도 B-52 폭격기가 좋아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 폭격기를 대체하기 위해 몇 차례나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B-52 폭격기
1960년대, 미 공군은 B-52를 마하 3의 초음속으로 날아가 소련에게 핵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XB-70 발키리' 폭격기로 대체하려고 했었다.
*XB-70 발키리
하지만 지금 기술로도 무리가 있는 초음속 폭격기를 60년대 기술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고, 천문학적인 예산만 쏟아붓고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미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술 수준의 한계를 감안해 속도를 마하 2 정도로 낮추고 당시 유행하던 '가변익'을 채택한 B-1을 내놓은 것이다.
*가변익 : 항공기의 고속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행 중 날개의 후퇴각을 변형시는 기술
당시 미 공군은 "소련 근처까지는 마하 2로 접근하고, 소련 영공에서는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도록 낮은 고도를 마하 1.2의 속도로 침투해 빠르게 타격하고 돌아오면 된다."라는 발상이었지만, 1976년 소련 공군의 '빅토르 발렌코' 중위가 'MIG-25' 전투기를 타고 귀순하면서 이 같은 발상은 산산조각 났다.
소련은 이미 미국의 이러한 발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하 3의 속도와 장거리 미사일, 저고도 침투 항공기를 장거리에서 잡아낼 수 있는 대형 요격기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미 공군은 더 이상 초음속 폭격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바로 스텔스 폭격기였다.
미 공군은 초음속 비행 성능은 포기하는 대신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B-2A 폭격기가 등장했지만, 애초에 133대가 생산되어 B-52를 대체할 계획이었던 이 폭격기는 21대만 생산되고 단종을 맞이했다.
직전 모델인 B-1B의 3억 달러보다 7배 이상 폭등한 대당 22억 달러의 가격 때문이었다.
B-2A는 흔히 '금값보다 비싼 폭격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B-2A의 기체 중량을 가격으로 나눠보면 1g당 50달러가 넘는 금액이 나온다.
이는 1g당 45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 금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날아다니는 45톤짜리 금괴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미 공군은 지난 50년 동안 B-52를 대체하기 위해 몇 차례나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패를 거듭했고 눈물을 머금으며 개량과 보수를 거쳐 B-52를 60년째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활동중인 B-52 폭격기는 통신 및 항공전자장비, 엔진 교체등 각종 개량작업을 통해 오는 2045년까지 운용될 예정이다.
'밀리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 도입되어 아시아 상공을 지배한 전투기 (0) | 2018.08.03 |
---|---|
우리나라가 최초 개발한 현대 포병 화력의 핵심 전력 (0) | 2018.08.02 |
뜻밖의 활약으로 퇴역하지 못한 미국의 고물 군용기 (0) | 2018.07.31 |
일본 잠수함이 미 군함의 감자(?) 공격에 격침된 사연 (0) | 2018.07.30 |
AK-47 소총은 어떻게 악마의 무기가 되었을까? (0) | 2018.07.29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