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활약으로 퇴역하지 못한 미국의 고물 군용기
- 밀리터리
- 2018. 7. 31. 06:00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터부시 되지만 돼지는 주로 인간이 먹고살기 위해 사육된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인간의 중요한 식량원이다 보니 일상과 떼어놓고 말하기 힘든 동물이다.
이러한 돼지는 둔해 보이는 몸집과 못생긴 얼굴 때문에 강력함을 대변하는 무기의 이름으로 별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동물 이름으로 무기를 명명한다면 호랑이, 사자, 독수리처럼 용맹한 맹수들이 먼저 고려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깬 무서운 돼지 한 마리가 있다.
비록 독수리만큼 날렵하지는 않지만 천천히 하늘을 날며 어지간한 공격을 몸으로 막아내면서 지상의 적에게는 불벼락을 퍼부어대는 돼지인데, 공식적으로는 '썬더볼트'라는 멋진 이름을 부여받았지만 비공식으로는 '아프리카 멧돼지'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A-10'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A-10은 현재까지 미군이 사용한 수많은 군용기 중에서 'CAS(근접항공지원)'라는 단일 목적을 위해 개발되고 제식화된 유일무이한 기종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미국은 소련에 비해 기갑전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미 육군이 CAS용 전투기 개발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육군은 공군에게 CAS기의 도입을 적극 요구했고, 이에 따라 1966년, 미 공군은 CAS개발 사업인 'AX Project'에 착수했다.
미 공군은 개발 업체에 CAS기의 조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내걸었다. 최전선에서 사용하므로 비행 및 정비가 손쉬우며, 대량 무장 상태로 장시간 체공과 고도의 기동성, 저공비행도 가능해야 하고, 여기에 어지간한 지상 화기로부터 견딜 수 있는 맷집에다가 적 기갑 장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화력까지 요구했다.
*썬더볼트에 장착된 개틀링 건
이런 요구 조건에 맞춰 A-10이 탄생했는데, 제2차대전 말기에 지상공격기로 명성을 떨친 'P-47 썬터볼트'의 이름을 계승하여 '썬더볼트 II'라고 명명되었다.
그런데 왠지 둔해 보이는 모습과 비행 시 소음 그리고 특유의 '개틀링 건' 사격 시에 발생하는 포연으로 인하여 '아프리카 멧돼지'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탄생 후부터 탱크 잡는 킬러로 명성을 얻은 A-10이 실전에 최초 참가한 것은 1991년도에 발발한 걸프전이었는데, 그때는 이미 냉전이 끝나고 A-10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달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미군 당국도 후속기 개발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마르고 닳도록 써먹다가 퇴역시키려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걸프전에 뒤늦게 실전 투입된 A-10은 후방 차단 작전에서 대전차 공격,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 추적 및 파괴 등의 임무에 투입되었는데 전후 '다연장 로켓(MRLS)'과 더불어 이라크군이 제일 무서워한 무기로 손꼽힐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다. 예상을 넘는 이런 활약은 퇴역을 고려하던 미군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어 버렸을 정도다.
결국 예정대로 도태시켜도 마땅한 대타가 없다고 판단한 미군 당국은 2004년부터 순차적으로 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2028년까지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었지만 실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뛰어난 성능을 보인 A-10은 진정한 숨은 강자라 할 수 있는데, 현재 북한의 기갑부대 저지를 목적으로 한국에도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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