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국전쟁 미군 유해 송환에 집착하는 이유

오늘날 미군이 세계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유리한 상황이나 절망적인 상황을 막론하고 군의 사기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병사 개개인이 미군 자체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에도 국가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의미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작전(사막의 폭풍 작전)'을 실시하였다. 이때 미 해군 조종사 '스파이처' 소령이 조종하는 'F/A-18' 전투기 한 대가 항모에서 이함 했다가 사막 한가운데의 불모지에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미군은 스파이처 소령의 생존설과 포로설 등 여러 소문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사가 1996년까지도 확인되지 않으면서 사고 현장 조사를 위해 비밀 작전까지 고려했지만, 당시 미 합참의장은 위험성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작전을 재가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결국 스파이처 소령을 사망했지만 시신은 수습하지 못한 상태로 변경한 뒤 알링턴 국립묘지에 빈 무덤을 헌정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끊임없는 생사 확인 요구와 각종 언론의 지원으로 2001년 스파이처 소령은 실종자로 상태가 변경됐고, 서류상 생존 상태가 되면서 중령으로 진급까지 했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자유작전이 시작되면서 이라크 영내 진입이 가능해지자 스파이처 중령의 수색작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었다. 결국 실종 17년 뒤인 2008년 말, '전쟁 포로/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 요원들은 이라크 현지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다.


JPAC 요원들이 스파이처 중령의 신원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던 중 '베두인 부족'이 미군 시신을 산에 매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 소식을 단서로 2009년 1월 5일에 스파이처 중령의 매장지를 찾아낸 것이다.



스파이처는 사후 대령 계급이 추서됐으며, 이 사건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18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끝내 시신을 가족들에게 돌려준 JPAC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부대 모토가 "그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Until They are Home)"인 JPAC 사령부는 2013년경 사령부의 업무 효율성과 기능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기구를 해체하고 새롭게 재창설 되었다.



새로 출범한 미 국방부 '전쟁 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역시 눈부신 활약으로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지금도 집으로 데려오는 중이다.



최근 사건으로는 1944년 11월 26일, 독일에서 'P-38 라이트닝'을 몰고 출격했다가 귀환하지 않은 미 육군항공대 소속 '앨빈 비스' 소위의 시신을 70년 만에 발굴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말 독일에서 격추당한 비스 소위는 다른 조종사에 의해 '모르셰니히' 인근에 추락하는 것까지 목격됐으나 전후 이 지역을 수색했을 때 기체 잔해만 발견되고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아 60년 이상 실종자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경, 모르셰니히 지역 주민이 2차대전 중 마을 외곽의 특정 지점에 항공기가 추락했던 적이 있다고 증언하면서 수색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결국 2013년 말 경 DPAA 요원들이 추락 지점을 발견했고, 이곳에서 비스 소위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 성공해 그는 만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희생정신과 동료애, 그리고 용기는 군의 근간이다. 적과 싸우다 잡히더라도 전우와 국가들이 반드시 나를 구출하러 올 것이며, 적어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믿음은 사기를 증진시키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아울러 전투 중 전장 어디에선가 쓰러졌더라도 군과 국가가 최선을 다해 수십, 수백 년이 걸릴지언정 그 유해 일부라도 찾아내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이라는 사실은 공세, 수세에도 꺾이지 않는 강력한 정신력의 바탕으로 작용한다.


대한민국 역시 JPAC을 모델로 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MAKRI)'을 2007년에 창설하여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의 유해발굴감식단(MAKRI)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원래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창설했으나, 2005년부터 상설조직화하기로 결정되면서 현재 대한민국 산하에 흩어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감식하여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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