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방법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국 왕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가문으로도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왕은 물론 왕실 남성 모두가 군 복무를 했으며, 그들 대부분이 최전선에 자원해 전투에 참가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송보급 장교로 근무하며 직접 군용트럭을 운전했고, 아들인 '찰스 왕세자' 역시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6년간 해군장교로 복무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스 왕세자의 동생인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는 1979년 소위로 임관해 2001년 해군 중령으로 전역하였고, 복무 기간 중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해 최전선에서 헬기 조종사로 활약했다.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


이처럼 왕실 인사 대부분이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군 복무를 했다면, 지난 2015년 전역한 '해리 왕자'는 진심으로 군대가 좋아서 군복을 입었던 특이한 케이스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군복을 입고, 장난감 총을 들고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으며, 유난히 군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해리 왕자


영국 최고의 사립 명문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해리 왕자는 곧바로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사관학교 입학 전에는 누드 파티 파문과 대마초 흡연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샌드허스트 입학 이후에도 파키스탄에서 유학 온 교환 생도에게 '파키(Paki)'라는 비하 표현을 사용해 징계를 받기도 하는 등 잦은 구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관학교 졸업 후 육군 소위로 임관 하면서부터는 철이 든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자대 배치를 영국 육군 내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손꼽히는 근위대, 그중에서도 400년 전통의 '블루스 앤 로열스' 근위기병연대에 배치받았는데, 부대에 짐을 풀자마자 지휘관을 찾아가 이라크 파병 부대에 차출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블루스 앤 로열스, 근위기병연대


왕실이 극구 반대하면서 해리 왕자의 이라크 파병은 좌절되었지만, 이후 그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했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설득해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지역으로 파병되었다.


해리 왕자가 파병되었다는 것은 비밀이었으나, 미국의 한 폭로 전문지가 해리 왕자의 임무수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탈레반은 눈에 불을 켜고 해리 왕자를 찾아 나섰고, 결국 당시 왕위계승 서열 3위의 왕세손의 안전을 우려한 국방부는 해리 왕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본토에 있는 부대로 전출 명령을 내렸다.




그는 본토 복귀 이후 지휘관과 국방부에 "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전장에 파병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와중에 헬기 조종사가 되면 파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항공장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대위로 진급한 그는 2011년 공격용 '아파치 헬기'의 조종사 및 사수 자격을 취득했는데, 그는 교육 수료식에서 최우수 특등 사수상을 수상하고 곧바로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지원했다.



그리고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되어 실전에 투입됐는데, 실제 전투에 나가 적지 않은 탈레반 병사들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 아프가니스탄 파병 임무를 마치고 영국에 복귀했을 때 "사람을 사살한 일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빼앗았다"면서 아프가니스탄군과 NATO 치안유지군 부상자 구출 작전에 투입되어 상당한 수의 탈레반을 사살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해리 왕자는 2013년 영국 본토로 돌아온 뒤 제3항공연대에서 지휘관 및 참모로 근무했으며, 2015년 1월 영관장교 자격시험에 통과, 소령 진급 대상자가 되었다. 그는 자격시험 통과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징적인 계급이 아닌, 진짜 군 복무를 통해 장군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결국 5개월 만에 군복을 벗었다.



그가 전역을 결심한 배경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더불어 위험한 전장을 선호하는 해리 왕자를 걱정한 찰스 왕세자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군대를 전역한 해리 왕자는 상이군경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사업에 전념하다가 지난 2018년 5월 20일,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자 아프리카계 흑인 혼혈인 '마클'과 파격적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처럼 영국 왕실이 병역에 엄격한 것은 지도층으로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함이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 영국인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60~70% 이상의 지지율로 군주제 유지를 지지하는 것은 그동안 영국 왕실이 보여주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대한민국 역시 OECD 가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논하기에 앞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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