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환경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공수부대의 핵심 장비

"조종사들에게 낙하산을 지급하면 열심히 싸우지 않는 겁쟁이가 될 것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군 수뇌부들의 이러한 시대착오적 인식은 수많은 파일럿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당시 전투기들은 일단 피탄 되면 곧바로 검은 연기와 함께 불이 붙기 일쑤였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파일럿들은 공중에서 온몸에 불이 붙어 비행기와 함께 추락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쪽이건 조종사가 사망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조종사들에게는 권총이 한 자루씩 지급되었는데 이는 자살용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값싼 '합성섬유'가 나오기 전이였기 때문에 값비싼 섬유를 사용하는 낙하산을 대량으로 보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1935년 '나일론(합성섬유의 하나)'이 발명되면서 섬유의 가격이 저렴해지자 낙하산은 본격적으로 전쟁에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리본 낙하산(Ribbon Parachut)'이 많이 쓰였다.



특히 2차 대전에서부터 활약하기 시작한 각국의 공수부대는 낙하산의 애용자들이었다. 대표적으로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날에는 무려 3개 사단 규모에 달하는 공수 병력이 투하되어 독일군의 후방을 괴롭혔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오면서 낙하산을 이용한 대규모 공수작전은 점차 사라졌지만, 특수부대에 의한 공수작전은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


현대의 공수작전에는 '고고도 이탈 저고도 개방'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HALO 점프''고고도 이탈 고고도 개방'에서 쓰이는 'HAHO 점프'가 있는데, 여기서 'HAHO 점프'는 야간작전에 주로 사용되며, 'HALO 점프'는 저고도에서 낙하산을 개방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①HAHO 점프 ②HALO 점프



이때 쓰이는 낙하산은 일반 공수병용 낙하산과는 약간 다른데, 이른바 'sell'이라고 불리는 기공이 있어 어느 정도의 활공과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HAHO 점프의 경우 서해 상공에서 점프해 개성에 접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들 낙하산을 운용하는 공수병들은 경우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쓰고 작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산소가 매우 희박한 초 고공에서 작전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무엇인가를 지상으로 안전하게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속도를 크게 낮추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한 낙하산은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이나 기능도 변화하고 있다.


현재 가장 진보된 낙하산의 형태는 '윙슈트(Wingsuit)'를 응용한 낙하산이다.


*윙슈트란 공중 활강을 할 수 있는 슈트로 날다람쥐의 모습에서 착안해 제작된 물건이다. 


익스트림 스포츠용으로 사용되어온 윙슈트는 현재 군사용으로 제작돼 시험중에 있다. 바로 '그리폰(Gryphon)'이 그것이다.



이 슈트는 '활공키트(글라이더)'에 낙하산을 장착하고, 내부에 각종 장비의 탑재가 가능하다. 스텔스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 적의 레이더에 걸릴 걱정 없이 활공이 가능하다.


특히 최고 강하속도가 시속 200Km에 달해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낙하산보다 훨씬 신속히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활공키트의 날개폭은 1.8m이며, 약 10㎞ 상공에서 강하하면 40㎞ 이상 활공해 순식간에 위험지역을 통과, 원하는 곳에 낙하할 수 있다.


*윙슈트를 이용한 미래 공수부대의 모습



또 낙하 대원의 헬멧에는 GPS와 함께 디스플레이를 내장하고 있어 목적지의 좌표와 위치를 파악해 자동으로 비행이 가능하다. 군사전문가들은 그리폰을 군에서 활용하면 별도의 특수부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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