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경례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의미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군과 연합군이 '거수경례'로 인해 오해가 생긴 일화가 있다. 두 손가락만 들고 거수경례를 하는 폴란드군의 경례 전통을 오해한 연합군 장교가 폴란드 군인들과 언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거수경례는 대다수 국가에서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편 채 손의 날이 보이도록 하기 때문에 연합국 장교들 입장에서는 폴란드식 경례가 자신들을 조롱하는 것이라 오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 병사들은 조롱의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폴란드 전통의 경례를 했을 뿐이었다.



사실 이 두 손가락 경례는 2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경례이자 폴란드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경례다. 18세기 말,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3국의 분할로 국가를 상실한 폴란드인들은 1830년, '바르샤바 봉기'를 통해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일으켰다.


이 두 손가락 경례는 이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 독립전쟁 당시 주요 전투였던 '오르신카 그로호프스카 전투'에서 대포 파편에 맞아 손가락 3개를 읽은 병사가 남은 두 손가락으로 했던 경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후 폴란드에서는 모든 거수경례에 이 두 손가락 경례를 사용하게 됐으며 두 손가락의 의미는 '조국''명예'다.



이 폴란드의 거수경례가 특이하다 알려져 있긴 하지만 사실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거수경례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에게 흔히 '나치식 경례'라 알려진, 오른팔을 쭉 뻗어서 하는 경례는 원래 나치 독일에서 유래한 경례 방식이 아니라 로마군이 하던 방식이었다. 로마군의 경례는 자신의 오른손에 무기가 없는 것을 상관에게 보이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나라에서 하는 손날을 보이는 거수경례는 중세 시대 서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투구로 가려진 본인의 얼굴을 상관에게 드러내 보이고 자 상관 앞에서 투구를 벗던 당시 예절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중세 시대 투구가 점차 모자로 변하면서 오늘날에는 모자를 벗는 대신 약식으로 거수경례의 형태가 굳어진 것이다.



다만 이 거수경례도 조금씩 하는 방법이 다르다. 일단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손바닥이 보이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곧바로 눈썹 끝으로 손을 올리는 일반적인 거수경례 방식과 달리 영국에서는 팔로 원을 그리듯이 해서 경례한다. 프랑스도 영국군과 유사한 방식의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소적인 제한으로 변형된 거수경례도 존재하는데 바로 해군 함상에서 경례를 하는 경우다. 보통은 팔꿈치를 옆으로 편 상태에서 경례를 하지만 함 내에서는 내부가 좁아서 팔꿈치를 몸 앞에 둔 상태로 경례를 한다. 내부가 비좁고 여러 장비를 다뤄야 하는 해군 특성상 예로부터 함 내에서 경례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물론 함 내가 아니라 밖에서는 일반적인 거수경례를 한다.


군대 경례는 아니지만 독특한 방식의 경례를 하는 조직으로 보이스카우트가 있다. 본래 보이스카우트도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소년 정찰병 임무 할당을 위해 만든 조직이었던 만큼 군대 조직과 비슷한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조직에서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다.



이 세 손가락은 스카우트 선서에 나오는 3가지 규율을 의미한다. 3가지 규율은 「하나님과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한다는 것,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 스카우트의 규율을 잘 지키겠다는 것 이다.



이 서구권의 보이스카우트 조직을 본떠 만든 동구권의 '피오네르'라는 조직은 또 경례 방식이 다른데, 여기서는 일반 거수경례와 손 모양은 똑같이 하면서도 손을 눈썹 밑이 아닌 머리 위로 뻗는 자세다. 



중국, 북한은 물론 대다수 공산권 국가에서 소년단원들은 이 경례를 한다. 문화권과 조직의 특성에 따라 각자 다른 거수경례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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