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평범한 컨테이너선에 분노하는 이유
- 밀리터리
- 2018. 9. 24. 07:00
미 해군에는 북한이 항공모함만큼이나 무서워할 만한 엄청난 무기가 있다. 기동 상륙지원선, 즉 'MLP'가 바로 그것인데, 어지간한 중형 항모 수준의 233m의 길이에 만재배수량은 3만 4,500톤 급의 큰 배이다.
*기동 상륙지원선 MLP
그렇다면 평범한 민간 컨테이너선처럼 생긴 이 배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배일까?
미 해군은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지중해, 인도양, 태평양의 괌을 거점으로 3개의 '사전배치전단(MPSRON)'을 운용하고 있다.
사전배치 전단 하나에는 6척의 대형 수송선과 1척의 기동 상륙지원선이 배속되어 있는데, 이 6척의 대형 수송선에는 1개의 기갑사단을 완전히 무장시킬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 차량 수백여 대는 물론 이 기갑사단이 고립된 상황에서 1개월 동안 작전할 수 있는 탄약과 물자가 실려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본토에 있는 중무장 지상군이 부산까지 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 공백을 줄이기 위해 아예 바다 위에 기갑사단의 무기와 탄약을 미리 띄워놓고 있는 것이다.
*이 수송선은 미 해군에서 민간배를 장기 계약해 운용하고 있는데, 총 700대의 각종 차량을 탑재하고, 탄약 등을 넣어놓은 56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움직이는 군수보급부대이다.
한반도를 담당하는 제3사전배치 전단은 괌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긴장이 고조되면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출동해 전쟁 발발 사흘 이내에 작전지역에 당도한다.
제3사전배치 전단이 부산 등 항구에 무기와 물자를 하역하면 미국 본토에서 수송기를 타고 날아온 병사들이 하역된 무기와 물자를 받아 곧바로 전선에 투입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작전 개념은 미국 본토에서 전쟁터까지 직접 가는 것보다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바로 작전지역 인근에 대형 항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었다.
사전배치 전단을 구성하는 수송선들은 작게는 3만~4만 톤에서 크게는 6만 톤이 넘어가는 덩치를 자랑한다. 크기가 큰 만큼 물에 잠기는 깊이도 깊어 어지간히 큰 항구가 아니라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배가 좌초될 위험을 무릅쓰고 항구에 접근하더라도 제대로 된 하역 시설이 없으면 하역 작업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에 물자와 장비를 내리는데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기동 상륙지원선, 즉 MLP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항구가 없다면 항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배를 만들면 된다는 발상에서 기존의 상륙작전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MLP의 개념은 이렇다. 상륙작전을 실시할 목표 해안 인근에 MLP를 정박시킨다. 그리고 정박한 MLP에 초대형 수송선들이 다가가 배를 붙인 뒤 수송선에 실린 전차와 장갑차, 탄약 등을 MLP 갑판 위로 하역한다.
MLP는 배 갑판 위에 올라온 상륙용 '호버크래프트(LCAC)'에 전차와 장갑차, 병력을 실어 해안으로 발진시킨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면 수십 척의 상륙함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적 해안을 아군 상륙부대로 덮어버릴 수 있다.
MLP는 대규모 상륙작전에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덩치를 이용해 특수작전 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목표 국가 인근 공해상에 정박해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공기 부양정이나 침투용 선박을 발진시키거나, 헬기 등 침투용 항공기 발진 및 작전지휘 기능도 수행한다.
이처럼 MLP는 사전배치 전단이 싣고 있는 엄청난 양의 무기와 물자들을 언제 어느 곳에나 풀어놓을 수 있고, 상당한 규모의 특수부대를 동시에 대량 침투시킬 수 있는 모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배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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